내가 20대 초반이던 시절, 경제학원론 강의를 수강하면서 조순 전 경제부총리이자 한국은행 총재였던 그의 『경제학원론』을 접한 적이 있다. 그 책의 서두에는 "경제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가 실려 있었는데, 나는 그것을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관리하는 일련의 활동"으로 기억한다. 당시에는 단순한 학문적 정의로 여겼지만, 지금은 이 정의가 나의 삶과, 더 나아가 우리가 직면한 환경 문제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오늘날, 전 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이슈는 단연 환경 문제다. 자원은 유한하고, 인간은 그것을 얻기 위해 경쟁한다. 이는 경제 활동의 본질과도 같다. 그러나 이제 그 경쟁은 더 이상 단순한 경제적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전환되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자원을 무한정 사용할 수 없으며, 그것을 어떻게 재사용하고, 순환시킬 것인가가 핵심 과제가 되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리싸이클링 기술이 중요한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경제주체들의 활동은 필연적으로 경쟁을 동반하며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경쟁을 넘어서, 인류 전체가 함께 살아남기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리싸이클링이 도덕적 차원의 실천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전 지구적 생존을 위한 절박한 기술적 해법이 되었다. 우리는 이 기술 개발과 적용을 더 이상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절박한 환경 상황 속에서 자원의 극단적 재활용 가능성을 보여준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영화 『듄』에서는 물이 전혀 없는 사막에서 인간의 몸에서 배출되는 수분을 먹을 수 있는 물로 재활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러한 장면은 단순한 공상과학이 아니라, 실제로 극한 환경에서 인간이 어떻게 자원을 재순환해야 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현실에서도 유사한 기술은 이미 사용되고 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는 우주비행사들이 배출한 오수를 정수해 식수로 재사용하고 있으며, 지구 곳곳에서는 폐플라스틱을 열분해하여 연료로 바꾸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리싸이클링 기술에 대한 전면적인 관심과 투자를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해야 한다. 단순히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전 산업 영역에서 리싸이클링 기술을 보편화하고, 사회 전반에 깊숙이 적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패션 산업에서는 버려진 의류를 분해하여 다시 섬유로 재활용하는 기술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으며, 전자산업에서는 폐배터리에서 리튬, 니켈 등 희귀금속을 추출해 재사용하는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이런 기술들이 일상화된다면 인류는 한정된 자원의 족쇄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대한민국의 재활용률은 OECD 평균을 밑돌고 있다. 여전히 많은 자원들이 매립되거나 소각되고 있으며, 플라스틱 사용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단기적 규제에 그칠 것이 아니라, 기술개발을 장려하고 시민의 참여를 유도하는 구조적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동시에 기업들은 리사이클링을 비용 부담이 아닌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소비자 역시 단순한 분리배출을 넘어서, 생산과 소비의 전 과정에서 책임 있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는 경쟁이 사라진 유토피아다. 모두가 자원의 고갈에 대한 걱정 없이 평등하게 소비하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사회 말이다. 이러한 세상은 이상처럼 들릴 수 있지만, 리싸이클링 기술의 발전과 함께라면 결코 불가능한 꿈만은 아니다.
리싸이클링 기술 개발은 더 이상 미래를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 우리가 반드시 실천하고 투자해야 할 생존의 과학이며, 인류가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는 다리이다.